📮 4월의 무빙레터: 할 말이 있는데요

2023. 4. 7.

📢 할 말이 있는데요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벌써 4월의 무빙레터를 발송하게 되었습니다. 짝짝짝. 편집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지나가버린 느낌입니다😅 첫 뉴스레터에서는 여성의 날에 심취해 있던 터라 무빙레터를 제대로 소개하지 못한 것 같아요. 무빙레터는 이름처럼 '움직이는' 뉴스레터입니다. 지역, 사회 그리고 여성의 이야기를 다양한 시선, 다양한 방식으로 때론 삐죽삐죽하게, 때론 둥글둥글하게, 때론 세모나게 전하려고 해요. 저는 무빙레터를 기획하고 편집하는 에디터이자 앞으로 계속해서 독자 여러분들과 만나게 될 50입니다. 앞으로 구독자님의 비둘기가 되어, 다양한 소식, 다양한 이야기를 많이 가져다드릴게요!

👻 여자,들

'여자,들'은 무빙레터에서 시작하는 기획 시리즈입니다. 여자,들에는 '모든 여자들' 그리고 '들판'이라는 뜻과 '여자들의 판'이라는 뜻이 담겨있어요. 들판은 들을 이룬 벌판이라는 뜻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들판을 떠올리면 그 한 가운데 서서 와악! 소리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상은 여성들에게 입을 열지 말라고 해요. 초등학생이었던 제가 손을 들고 질문을 해대면 선생님들은 꼭 드세다, 얌전하게 있으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다른 남자애들이 시끄럽게 하거나 이상한 질문을 할 땐 그러지 않았거든요. 왜 여자는 말을 하면, 맞는 말을 하면 드세다고 하지? 왜 세상은 자꾸 여자들의 입을 막으려는 거지? 약간의 반항심이 담겨있기도 한 '여자,들'은 여자들이 들판에 모여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여자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판입니다. 무빙레터의 '여자,들'에서는 여성들의 인터뷰, 에세이, 페미니즘X미디어, 여자X여자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연재할 계획이에요. 시끌시끌 북적북적한 여자,들이 되려면 구독자님의 참여와 응원이 절실합니다. 할 말이 있다면 언제든 들판으로 달려와 왁! 소리쳐 주세요.

🕊️ [들,판] 삶을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용기, 별이

나는 내 친구들에게서 사랑을 배운다. 그들은 나의 말을 듣고, 이해하고, 생각한다. 눈빛과 말과 행동으로 사랑의 모든 것을 나에게 표현한다. 우리는 술을 나눠마시며 밤을 보내고, 헤어질 때는 함께 보낸 시간이 행복하고 아쉬워서 포옹으로 인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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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X미디어] '난 매 맞지만 명랑한 년이에요' 페미니스트 3인, 더 글로리를 말하다

난 매 맞지만

명랑한 년이에요.

난 이 대사가 싫었어. 매 맞는다는 건 진짜 웃기는 말이잖아. 성립이 되지 않는 말이야. 가정폭력 피해자 중에 매 맞았다고 생각하는 사람 거의 없거든. 그냥 타자의 시선일 뿐인거야.

#문동은

소정 나는 이 드라마에서 제일 판타지스러웠던 게 동은이인 거 같아.

혜연 너무 영리해서?

소정 말이 안 돼. 너무 강해. 나는 절대 동은이처럼 할 수 없어. 한 명씩 다 찾아가잖아. 그걸 마주하는 상황 자체가 트라우마인데, 찾아가서 얘기한다? 그걸 각오하고 복수를 하는 그 강인함이 나한테는 너무 판타지스러웠어.

혜연 어린 동은이가 강당에 가서 '내 꿈은 너야' 이렇게 말해. 동은이는 처음부터 되게 존엄성 있는 사람이었던 거야.

준영 더 이상 두려울 게 없는 거지. 왜냐면 죽기 직전까지 갔잖아. 죽음보다 두려운 건 없어.

혜연 맞아, 나는 그래서 동은이 같은 피해자도 있다고 생각해.

준영 눈이 돌았잖아.. 그때 강당에서 눈이 완전히 돌았다고.

#혜정과 욕조신

소정 그 씬은 어땠어? 욕조 장면

준영 혜정이라는 캐릭터는 정말 몸뚱이밖에 가진 게 없는 사람이야. 그래서 옷도 파여있는 거, 짧은 거만 입잖아. 그런 장면들은 이해가 됐어. 혜정인 진짜 가진 게 이거밖에 없는 거야. 나도 차주영 배우의 인터뷰를 읽고 설득된 부분이 있었지만 가슴 노출 장면은 정말 불편했어. 아무리 필요한 신이라도 여자 감독이었다면 그 장면을 넣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여자 감독이었다면 저렇게 적나라한 신을 넣었을까? 난 안 넣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혜정이가 가진 게 몸뚱이밖에 없다는 건 이미 설명이 다 됐어. 그런데 굳이 그런 신을 넣은 건 남자 감독이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이 드라마가 폭력을 다루는 방식

준영 내가 부부의 세계를 좋아하잖아.(웃음) 부부의 세계에서도 가정폭력 신이 나오거든. 지선우가 자기 자식을 죽인 줄 알고 이태오가 지선우를 때려. 엄청 사실적이고 길어.

혜연 아, 길게 표현한 거 너무 싫어.

준영 근데 이게 대체 뭐길래. 누군가에겐 이게 진짜 그냥 흥밋거리인가? 여자들이 이렇게 맞는 것이? 이렇게 한 번 쓰이고 말 내용인가? 더 글로리의 가정폭력 장면은 심지어 더 사실적이야.

소정 맞아. 너무 비참해.

혜연 나는 진짜 너무 싫었어. 너무, 너무, 너무. 그 대사도 싫었어. 난 매 맞지만 명랑한 년이에요. 솔직히 가정폭력 피해자 중에 매 맞았다고 생각하는 사람 거의 없거든. 매 맞는다는 말은 어디서 나오냐면, 옛날 한 80년대 90년대에 가정폭력 기사 보면 '매 맞는 여자', '매 맞는 아이', 아니면 뭐 이렇게 판결문에서 나온다던가. 매 맞는다는 표현을 요즘 누가 써. 매 맞는다는 건 진짜 웃기는 말이잖아.

🔥 페미니스트 3인 <더 글로리>를 말하다 전문 보러가기 🔥

📓 [생각해 보면] 읽을거리와 볼거리를 추천해요!

📚 꼬리를 문 뱀 | 이민경, 봄알람

쩌렁쩌렁 미끄러져 아주 멀리 가는 말

2016년『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으로부터 7년. 첫 책의 출간을 시작으로 이민경은 수 권의 저작, 십수 권의 번역서를 냈고 수백 회의 강연, 메일링 프로젝트, 여성의 생애 연구 및 교육 활동을 하며 말하기를 계속했다. 그리고 2021년, 파리고등사범학교 박사과정에 합격하며 프랑스로 떠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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